델몬트의 몰락, 그리고 ‘국민 물병’이 남긴 추억
🍍 델몬트, 139년 만의 파산보호 신청
1886년에 시작된 세계적인 식품 브랜드 델몬트 푸드(Del Monte Foods)가
2025년 7월, 미국 뉴저지 파산법원에 챕터11(Chapter 11)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위기라기보다,
과거의 식문화와 현재의 소비 변화 사이에서 벌어진 거대한 균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델몬트는 자산 및 부채 규모가 약 1조 3000억~13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파산 절차 중에도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9억 달러 이상의 운영자금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 위기의 시작은 '예측 실패'에서
델몬트는 코로나 초기 통조림 수요가 폭증할 거라는 예측 아래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량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은 통조림 식품보다 건강한 신선식품과 저가 PB제품을 선호하게 되었고,
델몬트는 판매 부진 + 재고 폭탄 + 비용 증가라는 삼중고를 겪게 됩니다.
특히 지난 5년간 늘어난 고정비와 이자 비용은 운영이익을 초과하며 손실을 가속시켰습니다.
델몬트 CEO는 이번 조치에 대해
“새로운 자본 구조와 소유 하에 장기적인 성공을 다시 설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델몬트라는 브랜드의 무게
델몬트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과일과 채소 통조림, 주스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식탁 위의 안전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왔습니다.
육수 브랜드 ‘칼리지 인’, 토마토 제품 ‘콘타디나’, 대표 브랜드 ‘델몬트’ 등을 통해
미국 가정은 물론 한국, 필리핀 등지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죠.
델몬트는 2014년부터 필리핀의 델몬트 퍼시픽의 자회사로 편입되어 미국 사업을 운영해왔습니다.
🇰🇷 한국인의 식문화 한켠, 델몬트 유리병의 기억
한국에서 델몬트는 단순한 식음료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델몬트 오렌지 주스 유리병(1.5L)은
수많은 가정의 식탁에서 보리차, 식혜, 육수, 간장을 담는 용기로 재활용되며
'국민 물병'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입구가 넓고, 세척이 쉬우며, 병 목이 손잡이처럼 편해
실용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춘 '가정 필수템'이었죠.
너무 잘 쓰이다 보니 유통사 입장에서는 병 회수가 어렵고 생산비가 높아졌으며,
페트병의 등장 이후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델몬트 병이 '주스보다 더 소중했던 병'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한정판 재출시 때마다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