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89)
-
50% 더 주면 잘 팔린다 — 그런데 회사에도 이득일까?
같은 제품을 파는 두 매장이 있다.한쪽에는 “33% 할인”, 다른 쪽에는 “50% 더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숫자만 보면 두 번째 매장이 훨씬 후해 보인다. 하지만 50% 증량을 단위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33.3% 할인이다. 제품을 전부 사용한다는 조건에서 두 혜택은 거의 같다.소비자에게는 여기서 비교가 끝날 수 있다.기업에는 다음 질문이 남는다.“가격을 깎는 것과 물건을 더 주는 것 중, 무엇이 더 많이 남을까?”이 질문을 따라가면 행사 안내판 뒤에 숨어 있는 소비심리와 기업의 손익 구조가 보인다.더 좋은 할인보다 ‘더 준다’는 말이 잘 팔렸다2012년 《Journal of Marketing》에 실린 연구에는 흥미로운 현장 실험이 나온다.연구진은 미국의 한 소매점에서 핸드로션을 대상으로 35% 할인과..
2026.10.22 -
내 수익은 15%, 시장은 10% — 그런데 내가 더 잘한 게 아니라고?
내 미국주식 계좌의 수익률은 15%. 같은 기간 미국주식 기준지수의 수익률은 10%.이 숫자만 보면 시장보다 5%포인트 높은 성과를 낸 것 같다. 종목을 고르고 매매한 노력이 결실을 본 셈이다.그런데 한 가지 조건을 확인하자 결론이 뒤집힌다.내 수익률은 원화 기준이고, 시장 수익률은 달러 기준이었다.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는 얼마나 벌었는지만큼 무엇과 비교했는지가 중요하다. 비교 기준이 다르면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15%가 10%보다 낮아지는 순간설명을 위해 가상의 투자 사례를 만들어보자. 아래 숫자는 실제 시장 기록이나 현재 환율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같은 기간에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고 가정한다.내 미국주식 포트폴리오의 원화 기준 수익률: 15%비교할 미국주식 기준지수의..
2026.10.21 -
집값이 절대 안 떨어진다고? 20조 원짜리 역발상 베팅
2006년 미국.부동산 시장에는 꽤 강력한 믿음이 퍼져 있었습니다.“미국 전체의 집값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집값은 계속 올랐고 대출 문턱은 낮아졌습니다. 소득이나 자산을 제대로 증명하지 않는 저서류·무서류 대출까지 확산됐습니다.당시 등장했던 말 가운데 하나가 NINJA Loan입니다.No Income, No Job, No Assets.소득도, 직업도, 자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대출을 빗댄 표현입니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금융회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MBS 같은 증권으로 만들었고, 다시 여러 상품을 묶고 잘라 CDO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재구성했습니다.개별 대출 가운데 부실 위험이 높은 것이 섞여 있어도 구조화를 거치면서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상품이 만들..
2026.10.20 -
서버 수명 1년 바꿨더니 순이익 25억 달러가 늘었다 — 아마존의 숫자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마존은 2024년 서버의 예상 사용기간을 바꿨다.5년에서 6년으로.고작 1년이다.그런데 이 변화로 2024년 감가상각비와 상각비가 32억 달러 감소했고, 순이익에는 25억 달러의 플러스 효과가 생겼다. 주당순이익(EPS)에도 0.23달러가 더해졌다.서버가 갑자기 더 많은 주문을 받은 것도 아니다.AWS 고객이 이 결정 때문에 돈을 더 낸 것도 아니다.그런데 회사의 순이익은 수십억 달러 달라졌다.서버를 몇 년 쓸 것인지에 대한 판단 하나가 어떻게 기업의 이익을 이렇게 크게 바꿀 수 있을까?재무제표를 읽을 때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바로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방법이다.600억 원짜리 서버를 샀다고 생각해보자먼저 아주 단순한 회사 하나를 만들어보자.회사가 서버를 600억 원어치 샀다.서버를 사는..
2026.10.19 -
가격을 올렸는데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 회사는 뭐가 다를까?
물건값이 올랐다.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이야기다.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 다른 제품을 찾아보기도 하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구매를 미루기도 한다.그런데 이상한 회사들이 있다.가격을 올렸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산다.기업용 서비스라면 가격이 올라도 고객사가 쉽게 다른 업체로 옮기지 않는다.심지어 경쟁사보다 비싼데도 선택받는다.투자자에게는 꽤 중요한 장면이다.이 회사는 왜 가격을 올리고도 고객을 잃지 않을까?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경쟁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 하나를 만나게 된다.가격결정력(Pricing Power)이다.가격을 1% 올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100원짜리 제품을 파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보자.제품 하나를 팔 때 원재료비, 인건비, 판매비 등으로 90원이 들어간다.그러면 회사..
2026.10.18 -
매출은 계속 느는데, 왜 좋은 회사가 아닐 수도 있을까?
기업 실적 발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가 있다.매출 성장률이다.매출 20% 증가.사상 최대 매출.해외 매출 급증.생산능력 확대.이런 숫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잘 크고 있는 회사구나.”틀린 생각은 아니다.기업이 오랫동안 성장하려면 결국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하지만 투자자의 질문은 여기에서 하나 더 나아가야 한다.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얼마를 더 투자했을까?같은 20% 성장이라도 이 질문의 답에 따라 기업의 질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성장에는 돈이 든다회사가 매출을 늘리는 장면을 생각해보자.공장을 더 지어야 할 수도 있다.새로운 기계를 사야 할 수도 있다.상품을 더 팔기 위해 재고를 늘려야 하고, 외상으로 판매했다면 매출채권도 증가한다.새로운 직원..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