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꾸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사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거절 하나를 하지 못한 데서 시작되곤 합니다.
저는 예전에 한 번, 아직도 생각하면 민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직장 동료가 부모님 장례식에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날은 마침 절친의 결혼식 날이었죠. 전 양쪽 다 거절 못하고, 둘 다 간다고 해버렸습니다. 문제는, 절친이 "웨딩드레스 들러리 같이 해줘!" 했던 거죠.
결국 드레스를 입고 사진 촬영 중, 잠깐 빠져나와 장례식장으로 향했어요. 물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하객들이 절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어떤 분은 제 눈앞에서 한숨을 쉬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둘 다에게 상처를 주고, 인간관계에 큰 금이 가게 됐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하나입니다. 저는 "싫어요"라고 말하는 걸 너무 무서워했어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면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 봐, 멀어질까 봐, 관계가 틀어질까 봐. 그런데 오히려 그 선택이 더 큰 오해를 만들고, 결국 저는 더 외로워졌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고 부릅니다. 겉으로 보기엔 다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거절당하는 걸 못 견디는 경우가 많아요.
늘 남을 우선하고, 내가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죠. 문제는, 이게 반복되면 상대방은 오히려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심리에는 다음과 같은 패턴이 있어요:
-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함
- 부탁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수락함
- 거절한 후 죄책감을 심하게 느낌
- 모든 관계에서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음
이런 상태는 결국 나 자신을 지치게 만들고, 친했던 사람과도 어색한 거리를 만들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수락하는 태도가 관계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가뜨리기도 하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절은 관계를 끊는 말이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고 조정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어려울 것 같아. 그래도 너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 다음엔 꼭 도울게."
이런 말은 거절이 아니라, 솔직한 감정 표현입니다. 진짜 관계는 이런 솔직함 위에 세워지거든요.

거절을 잘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동시에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결국 인간관계에서도 오래 남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내 곁에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면, 혹시 그 시작이 ‘착한 거절조차 하지 못했던 나’ 때문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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