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거울처럼 정확하게 비춰지지 않아요. 내가 생각하는 '나'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는 종종 커다란 차이가 있죠.

저는 예전에 "넌 되게 차가운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저는 제 자신을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보는 나''남이 보는 나'는 왜 이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런 의문을 품고 알아본 심리학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거울자아 이론(The Looking-Glass Self)’입니다. 사회학자 찰스 쿨리는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고 보았어요. 다시 말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상상하고, 그 상상 속 반응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조용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나는 점점 더 조용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될 수 있어요. 반대로 활발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활발해질 수 있죠. 이것은 우리가 단지 '자기 자신'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중요한 심리 개념은 ‘자기개념(Self-concept)’입니다.

자기개념은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이미지인데, 이건 과거의 경험, 자라온 환경, 그리고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요.

 

재미있는 건, 자기개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반면, 자기개념이 약하거나 애매한 사람은 남의 시선이나 말 한마디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이라는 모델로도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자기 인식을 네 가지 창으로 나누죠:

열린 창: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

숨긴 창: 나는 알지만 남은 모르는 나

맹목의 창: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나

미지의 창: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

이 개념을 떠올리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오해들이 이해되기 시작해요. 특히 '맹목의 창' 영역은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타인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모습이에요. 그래서 때로는 "나 진짜 그런 사람 아닌데…"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타인의 시선을 통해 계속해서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시선은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죠. 중요한 건, 그 시선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나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는 지혜인 것 같아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야말로, 성숙한 인간관계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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