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지 않으세요? 분명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입 밖으로 나와버린 말. 그리고 곧바로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저는 이럴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되뇌곤 했습니다.

‘내가 왜 그랬지…? 정말 실수였을까?’

 

그런데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말실수'를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기도 합니다.

 

프로이트는 이 현상을 'Versprechen'(페어슈프레헨), 즉 무의식의 실수로 인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죠.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말실수에는 무의식의 감정이나 욕망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억눌린 감정, 말하지 못한 생각, 감춰온 진심 같은 것들이 순간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상사에게 "사장님, 아… 아니, 선배님"이라고 해버린 경우

 

친구에게 "그거 너답다… 아, 미안, 그런 뜻이 아니라…"

 

회식 자리에서 실수로 누군가를 '전 남자친구 이름'으로 부른 경우

 

이런 말실수는 단순한 입의 실수가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에 감춰져 있던 감정이 잠깐 고개를 내민 순간일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친한 친구에게 "요즘 좀 거리감이 느껴져…"라는 말을 하려다가, 무심코 "요즘 너 좀 이기적이야"라고 말해버린 적이 있어요. 말하고 나서 너무 놀라고, 바로 사과했지만… 돌아보면 그 말 속에 있던 제 감정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말실수가 의도를 가진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말실수가 나의 감정 상태나 관계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럼, 이런 말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먼저, 말실수 뒤에 감정을 들여다보세요. 내가 지금 뭔가에 화가 나 있었는지, 서운함이 쌓였는지.

 

그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사과가 필요하다면, 말 자체보다는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아요.

 

예: "아까는 내가 좀 예민했어. 사실 요즘 내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 같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이렇게 하면 상대방도 오히려 내 감정에 공감할 수 있고, 관계가 더 깊어지기도 해요.

말실수는 어쩌면 우리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연습이,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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