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gtaeng 님의 블로그

요즘은 인간관계가 참 빠르게 정리되는 시대입니다. 예전 같으면 서운한 일이 있어도 꾹 참고 넘기거나, 한 번쯤은 얼굴을 마주하고 풀려 했던 일들을 이제는 ‘차단’, ‘읽씹’, ‘언팔’ 한 번으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디지털 문화의 영향만은 아닙니다. 관계를 끊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관계를 정리해버릴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단순한 무관심이나 예의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회피’와 ‘자기 보호’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진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가위질 문화’인데요. 불편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관계라면,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그냥 잘라내는 방식입니다. 이건 관계를 지속해서 감정적으로 소모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이런 단절적 관계 정리 방식은 회피형 애착 스타일과도 연결됩니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피하고, 감정적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강하죠.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도구들이 많다 보니, 더 쉽게 회피가 가능해집니다.

물론,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나를 지키기 위한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순간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단절이 반복될수록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점이에요.

결국, 상대와의 갈등뿐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 처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쉽게 상처받고, 그래서 쉽게 사람을 끊어내고 있다면,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 나는 지금 진짜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 혹시 내 감정을 피하기 위해 관계를 잘라내는 건 아닐까?

★ 감정을 말로 풀기보다 차단으로 대신하고 있지는 않을까?

관계를 끊는 건 빠르고 편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반복적으로 감정 표현을 미루고 있다면, 그건 마음의 피로를 더 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관계를 회피하는 대신, 때로는 한 걸음 용기 내어 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한마디가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