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카프카의 글을 곱씹어 본다. 《변신》을 읽었을 때만 해도 단순히 기괴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문장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니, 단순한 공포나 기괴함을 넘어, 묘한 불안과 현실의 어긋남이 느껴진다. 카프카의 문장은 왜 이렇게 독특할까? 왜 그의 글을 읽을수록 현실이 더 기묘해지는 걸까?
카프카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차갑다. 불필요한 감정 표현 없이, 마치 모든 것이 당연한 듯 흘러간다.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후에도, 그의 첫 번째 고민은 "회사에 어떻게 가야 하나"였다. 충격이나 공포가 아니라, 일상의 연장선으로 벌레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는 모습. 이런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더욱 불안감을 느끼게 만든다. 감정이 절제된 만큼, 읽는 사람은 그 감정을 채워 넣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그의 글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거대한 체계가 등장한다. 《심판》에서 요제프 K는 이유도 모른 채 재판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법원을 찾고,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왜 기소되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처형당한다. 《성》에서도 주인공은 성에 가야 하지만, 끝내 성에 도착하지 못한다. 카프카의 세계에서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그 규칙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현실도 때때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러한 부조리한 설정과 차가운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채로 우리는 그저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점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철학적인 사유를 던지는 텍스트가 된다.
《변신》 이후, 다음에 읽어볼 책을 고민했다. 카프카의 문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심판》이 적절할 것 같다. 이유도 모른 채 죄인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변신》이 한 개인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했다면, 《심판》은 사회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도 매력적이지만, 먼저 《심판》을 읽고 카프카 특유의 문체를 더 익숙하게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카프카의 글을 읽을수록, 현실이 더 이상 명확하지 않게 보인다. 그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이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움직이며, 이유도 모른 채 불안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실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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